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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내건다는 것 / 논현동 류창희국수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내가 존경하는 윤제림 시인의 ‘재춘이 엄마’ 다.

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오늘 소개할 류창희 국수는

독특하게 '손자가 할머니의 이름을 내건' 집이다.

류창희 할머니로 시작해 손자까지

3대째 운영 중인 '류창희 국수'

이 집은 어림잡아 마흔 번 정도 방문했는데

콩국수는 개시할 때마다 가격이 성장기다.

11,000원에 보고 12,000원에 보고 드디어 '13,000원'

다음에 만날 땐 군대 보내야 할 듯.ㅋ

그도 그럴 것이, 국내산 콩을 고집하고

좋은 재료로 만드신다니 가격을 붙잡을 수도 없는 일.

내부에 걸린 액자의 크기부터

콩국수 부심이 웅장해진다.

 

셀프바에는 김치, 단무지, 양념장과

커피와 정수기 등이 자리 잡고 있고…

국숫집답게 중독성 있는

겉절이 김치다.

 

처음 이 집 콩국수를 먹고 충격을 받았다.

콩국수 처돌이는 아니지만, 잘한다는 집들 좀 다녀봤는데

'뭔가 다른 류처럼 느껴졌달까?'

 

삶은 콩에 아몬드, 땅콩, 호두를 갈아 넣어

고소하고 되직한 재질이다.

수타가 아닌 족타로 자가제면한 면은

적당히 쫄깃하고 부드럽다.

 

'소금 반, 설탕 셋' 같은 별도의 간 세팅 없이도

찐 고소, 찐 걸쭉

그릇 구멍 낼까 봐

수저를 거뒀다.

 

근데 왜 곱빼기를 안 먹었냐면…

'이 집은 곱빼기가 없음'

아쉽

놀기 살기로